끝이 없는 길

by 정 영 일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이는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태어나 처음에는

부모에게 삶을 배운다.

자라서는 학교와 선생님을 통해

세상의 질서를 배운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더 이상 명확한 스승 없이

책과 사람,

그리고 수많은 선택과 후회를 통해

스스로를 가르치며 살아간다.


그래서 문득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다시 가르침을 받아야 할 스승은

과연 누구인가?


최근 약 다섯 달 동안

나는 260편이 넘는 글을 썼다.

작가의 길이라 이름 붙였지만

실은 글을 쓸 때마다

나 자신에게 길을 묻는 시간이었고,

답보다는 질문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자연스럽게

동기와 친구들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젊은 시절

눈부신 황금기를 맞이했지만

그 빛에 스스로 눈이 멀어

내리막을 자초했고,


또 누군가는 오랜 고단함을 견디며

마부위침의 시간을 통과해

늦게 찾아온 황금기를

조용히 살아내고 있다.


또 어떤 이는

큰 굴곡 없이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안정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성공과 실패보다

"왜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 앞에 머문다.


인생의 방향은

타인이 꺾어놓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 스스로의 선택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사실...

그래서 어떤 추락은 불운이 아니라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글들은

정답을 말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다만 인생 2막의 문턱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기 위해

적어 내려간 사유의 흔적이다.


끝이 없는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묻는다.


지금의 나는

어떤 스승을 따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선택으로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끝이 없는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묻는다.


새벽이 되면

아파트 단지 사이로 바람 소리만이 조용히 흐른다.

세상이 잠든 이 시간,

그 어떤 설명도 조언도 없이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가장 솔직해지고,

가장 날카롭게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래서일까,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는 새벽이

나는 유독 좋다.


누군가의 말보다,

어떤 책의 문장보다

이 시간의 침묵이

때로는 더 많은 가르침을 건넨다.


어쩌면 나에게 새벽은

답을 주는 스승이 아니라,

끝까지 질문하게 만드는

가장 오래된 스승인지도 모른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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