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즐거움에 대하여

by 정 영 일

[요즘의 즐거움에 대하여]

하루하루 즐거움을 찾기에는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짧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간도 아니다. 다만 조금 더 긴 한 주를 보내다 보면, 예전보다 적어졌을 뿐 여전히 작은 즐거움 하나쯤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의 즐거움은 골프였다.

40대, 50대 초반에는 그 시간이 나를 가장 설레게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 앞에서 즐거움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후에는 손흥민이 뛰던 EPL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매주 정해진 시간, 화면 속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 주를 버틸 힘이 생겼고,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손흥민도 EPL을 떠났다.

이제는 매주 자연스럽게 경기를 챙겨보기도 어려워졌고, 그렇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졌다. 문득 생각해 본다. 지금의 나는 무엇으로 즐거움을 찾아야 할까?


돈을 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즐거움이 아닌 생존에 가깝다.

즐거움이라 부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일, 혹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지만,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 목적도 없었다. 그저 과거의 상흔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마음속에 쌓인 말을 흘려보내듯 적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동안 잠시 평온이 찾아왔고, 마음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요즘은 가끔 생각한다.

이 글들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인지, 인정받기 위한 글인지, 아니면 그저 나를 살피기 위한 기록인지를..


지금의 나에게 가장 분명한 즐거움은 글쓰기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즐거움이 아니라, 나에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주는 일. 기쁨이라기보다는 평온에 가깝고, 흥분이라기보다는 안정에 가까운 즐거움이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즐거움을 이렇게 정의했다.

“진정한 즐거움은 감각의 흥분이 아니라, 고통이 사라진 상태에서 오는 마음의 평온이다.”

그 말이 요즘 들어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젊은 날의 즐거움이 밖으로 향한 움직임이었다면, 지금의 즐거움은 안으로 향한 고요에 가깝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삶의 태도’'라고 보았다. 즐거움 역시 무엇을 더 가지느냐보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즐거움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서.

이 기록들이 언젠가 또 다른 즐거움으로 변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요즘의 즐거움은 어쩌면 거창하지 않다.

다만 하루를 무사히 건너고,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그 정도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한 즐거움이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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