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고백 31
[오래된 습관 하나 - 담배에 대하여]
재수를 하고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습관은 어느덧 38년이 되었다. 끊어야 한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아직도 손에서 완전히 놓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문득 병원에서 있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의사가 물었다.
“아버님, 가장 사랑하시는 게 뭐예요?”
아버지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말씀하셨다.
“난 담배를 너무 사랑해…”
아버지는 폐암 1기로 수술을 받으신 뒤에도, 어머니 몰래 담배를 피우셨다.
그리고 15년 후, 재발과 전이 끝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남긴 말 중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유언이라기보다는 고백에 가까운 그 한마디였다. 담배를 사랑했다는 말.
가끔은 이것이 유전인가 싶다.
나 역시 38년 동안 단 한 번, 딱 열흘간 담배를 끊은 적이 있다. 구안와사가 와서 입이 비뚤어져 담배를 피울 수 없었을 때였다. 의사는 말했다.
“담배는 극약입니다. 이참에 끊으세요.”
하지만 입이 돌아오자, 나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시간은 흘러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도 다섯 달째다. 여전히 추운 새벽녘, 아파트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모금을 들이마시면 글상이 떠오르곤 한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고요한 순간이 나를 생각 속으로 깊이 데려간다.
요즘은 가까운 벗들 대부분이 건강을 이유로 금연을 선택했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나 또한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담배는 나에게 오래된 습관이자,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의존이며, 아버지의 기억과 겹쳐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담배 역시 물질 그 자체라기보다, 내가 부여해 온 의미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위안, 고독, 기억, 그리고 미련까지.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이 습관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어떤 것에 기대고, 또 얼마나 어렵게 그것을 내려놓는 존재인지 알게 된다. 담배는 친구도 아니고, 행복의 도구도 아니다. 그저 나의 약함이 오래 머물러 있는 자리일 뿐이다.
새벽녘에 피는 담배 한 모금 앞에서,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한다.
이것을 언제까지 안고 갈 것인가, 아니면 어느 날 조용히 내려놓게 될 것인가. 아직 답은 없다. 그래도 여전히 담배는 나의 삶에 동반자이다.
새벽녘에 담배 한 모금을 들이마시는 순간,
나는 비로소 하루의 소음을 내려놓는다.
연기가 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동안, 마음도 함께 느슨해진다.
그 시간만큼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보다,
그저 살아온 날들을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담배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를 오래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고,
지나온 시간과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조용히 마주하게 했다.
언젠가 이 습관을 내려놓게 되더라도,
이 새벽의 고요와 사유만큼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내가 담배를 통해 붙잡았던 것은 연기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설 수 있었던 마음의 여백이었으니까.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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