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평생을 성실로 살았다

by 정 영 일

[그들은 평생을 성실로 살았다]

그 부부는 예순다섯이었다.

30년 넘게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며 하루도 허투루 산 적이 없었다.

근면과 성실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자연스러운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새벽같이 문을 열고, 밤늦게 가게 불을 끄며

그들은 묵묵히 삶을 쌓아 올렸다.


그러나 세상은 늘 성실한 사람에게만 관대하지는 않았다.

환경은 변했고, 철물점은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워졌다.

긴 고민 끝에 가게를 정리했다.

그동안 모은 현금 3억,

땀으로 마련한 아파트 한 채 8억.

모두 합쳐 11억.


그 돈은 그들의 노후였고,

서로를 지켜줄 마지막 울타리였다.


부부는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임대아파트를 얻었다.

크게 바라지 않았다.

조용히 산책하고, 건강을 챙기며

‘인생 3막’을 차분히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었다.

방송국 PD로 일하던 아들.

자주 안부 전화를 했고,

자기 삶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부부는 늘 든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며 잠시 연락이 끊겼고,

얼마 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엄마, 제작자로 독립영화제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엄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 네 꿈을 향해 가거라.”


하지만 그 말 뒤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첫 작품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는 말.

“2억만 빌려주시면 꼭 성공해서 갚고 효도할게요.”


엄마는 밤새 고민했다.

남편에게 말해야 할까, 말하지 말아야 할까.

결국 다음 날, 은행 창구 앞에 서 있었다.

아들을 믿었다.

자식의 꿈 앞에서 부모의 계산은 늘 늦어진다.


그렇게 2억이 나갔다.


한 달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촬영 장비가 필요하다는 말.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또 2억.


또 한 달 뒤,

사무실과 배우 월급 이야기.

“정말 마지막이에요.”


이번엔 3억이었다.


계좌에서 돈이 사라질 때마다 남편은 물었다.

아내는 병원비라며,

혹시 모를 큰 병을 대비한 돈이라며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걸려온 전화.

해외 촬영, 큰 영화사 이야기.

“엄마, 3억만 더…”


그날 은행을 나서며

엄마는 스스로에게 말했을 것이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일 거야.’


그러나 계좌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침내 진실이 드러났다.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관리비를 내지 못해 급히 떠났다는 말만 남았다.


부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들도, 돈도, 믿음도

한꺼번에 사라진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관리비 고지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40만 원. 계좌에는 0원.

부부는 반지를 팔고, TV를 팔아

그 돈을 냈다.


결국 그들은 임대아파트에서도 나와야 했다.

찬바람이 부는 어느 날,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지나온 세월을 떠올렸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지만

마지막에 남은 것은

차가운 바람과 깊은 침묵뿐이었다.


(내가 느낀 감정)

이 실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오래 무거웠다.

누군가의 욕심보다 더 아픈 것은

부모의 믿음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조건이 없지만,

세상은 그 사랑을 너무도 쉽게 삼켜버린다.


이 부부는 잘못 살지 않았다.

게으르지도, 낭비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랑이 너무 컸고,

준비가 너무 늦었을 뿐이다.


노후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켜낼 수 있는 돈,

그리고 무엇보다

몸 하나 편히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돈은 다시 벌 수 없고,

건강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일 수 있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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