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아니세요?
지인으로부터 굉장한 것을 선물 받았다(술 선물하는 사람=좋은 사람). 명성 높은 아드벡(Ardbec)과 쿨일라(Caol Ila). 이 좋은 술을 턱 내준 지인에게 압도적 감사를 표한다. "Thank you!"
두 위스키의 공통점은 아일라 위스키이다. 아일라 섬 증류소에서 만들어지는 이 위스키들의 특징은 단언컨대 '피트 향'이다. 피트 향이 뭔데? 소독약이라고 이야기하면 쉬울까. 병원에서 프레서 같은 도구로 내 입에 약을 "칙" 쐈을 때 바로 그 향이다. 소독약스러운 아로마 때문에 당연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위스키 입문자에게 피트 향은 굉장히 이질적이고 별종 같은 향이다. 비싼 돈을 주고 굳이 이런 경험을 해야 할까 싶기도 할 것이다(피트 위스키가 좋아진다면 당신의 지갑도 가벼워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매니아스러운 것이 이 위스키들의 장점이다. 누군가에게 내 취향이 피트 향이 나는 아일라 위스키라고 하면 얼마나 인상적인가! (하지만 처음 아드벡과 쿨일라 선물이 들어왔을 때 나는 그가 나에게 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다면 피트 향은 왜 나는 것일까? 정말 소독약을 넣은 것일까?(말도 안 되지만). 이 피트 향은 몰팅과정(맥아를 말리는 과정)에서 이탄에서 스며든 향이다. 이탄은 이탄층에서 채굴되는 화석화된 유기물이다. 이 이탄층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생성되는 속도보다 소비되는 속도가 약 20배는 빠르다.) 요즘에는 이탄으로 맥아를 말리던 증류소들이 사라지고 석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변화됐다.
이탄의 강도는 페놀 수치로 판단할 수 있다(보통 라벨에도 나와있지 않아서 장을 보면서 즉각적으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지만 요즘에는 위스키를 소비하는 인구가 증가해 리뷰가 많으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페놀 수치가 절대적인 이탄의 향을 표기하지는 못 한다. 페놀 수치가 같이도 밸런스에 따라 피트 향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혹은 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드벡은 피트 위스키의 절대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강렬한 피트 향 때문에 '이걸 돈 주고 사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하겠지만 어느새 아드벡을 구매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피트 향은 매력적이다. (어쩌면 나도 마이너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건가?) 보모어(1장 참고)도 아일라 위스키이지만 첫 위스키로 접한 탓에 피트 향을 잡아내지 못했다. 보모어는 중간 정도의 이탄 향(페놀 20~30ppm)을 가지고 있으며 쿨일라는(페놀 30ppm) 정도이다. 당신이 아일라 위스키를 입문할 때는 구매한 위스키를 장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쿨일라, 보모어, 라가불린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나는 무조건 대장부터 상대한다!"라는 마인드로 아드벡을 구매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아드벡도 그래서 선물로 들어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