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보리 Oct 27. 2022

탈리스커

바다... 바다다!!

제빵기능사 시험이 있어 춘천에 가게 되었다. 춘천에 온 김에 양양에 들러서 서핑을 하고 갈 계획이었다. 내비를 찍어보니 한 시간. '음 금방 가겠군, 날씨도 좋고... 걱정했던 것보다 춥지 않겠어.' 그렇게 차에 시동을 켜고 몇 킬로 가지 못하고 익숙한 가게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 어!!" 전에 한 번 간 적 있는 주류 상점이었다(길치인 나는 그곳이 전에 왔던 곳임을 깨닫기 전까지는 이곳이 어딘지 잘 알지 못한다.) 이미 상점을 지나친 터라 크게 한 바퀴 돌고 상점에 주차하는 데 성공했다. '빨리 둘러보고 서핑 가야지.'


보통 주류 상점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나만의 스테디셀러인 와일드 터키와 버팔로 트레이스의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다. 같은 술이라도 판매점마다 가격차이가 크게는 만원 이상 나기 때문에 가격이 싸면 이 두 녀석은 쟁여놓는다. 와일드 터키 101이 단종된 후 처음으로 신형 와일드 터키 101을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장바구니에 집어넣는 것은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나의 뇌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뒤 버팔로 트레이스 1L가 700ml의 가격으로 진열되어있어서 그 녀석 또한 잽싸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두 녀석을 구비해 놨으니 이제 새로운 거...' 새로운 술을 고르기 위해 어슬렁 대는 나의 모습은 마치 좀비 같았다.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할 수 있지만 내 성격상 추천받은 상품은 마음에 안 들어도 울면서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그것을 최소한의 '예의'로 생각하는 거절 못하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직원의 추천을 대신 간략하게 적혀있는 매장의 추천글과 핸드폰 검색을 택한다. 그날은 서핑이 계획되어 있는 날이어서인지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의 소금과 후추, 피트 향이 조화로운 입문자용 피트 위스키" 사실 설명에 쓰여있는 소금 맛이라든지 후추, 흙내음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는다(향을 예리하게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 그래, 난 요즘 바다가 좋아.' 그렇게 장바구니에 담긴 녀석의 이름은 탈리스커이다.



그렇게 상점에서 나와 양양에 도착하는 데는 3시간이 걸렸다.(상점에 오래 머문 탓에 시간이 지체됐다.) 시간이 늦어진 탓에 파도를 얼마 타지 못 하고 금세 추위를 느꼈다. '이쯤 하고 집에 가서 탈리스커나 마셔볼까...' 결심하는 순간 30분 만에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해서 오늘 구해온 녀석들을 장에 진열하고 그중 탈리스커를 꺼낸다. 함께 패키지로 들어있는 컵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고 사용할 마음도 없지만 탈리스커를 구매하는데 한 몫했다(별 쓸모는 없지만 이것이 왜 구매로 이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항상 증정품에 마음을 빼앗기는 편이다.). "또르륵-"


"와! 큭큭큭큭." 한 모금 마시고 환호화며 크게 웃어버렸다. 고양이와 J군이 놀라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와 진짜 소금, 후추, 흙 다 느껴져." 설명대로 아로마가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신기했는지 그 감정을 웃음으로 소화했다. 아로마는 서로 자신의 향을 주장하기 위해 강력하게 뛰쳐나왔다기보다 이 모든 것이 밸런스를 맞춰서 바다를 연상케 했다. 탈리스커 10년은 가격 대비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했던가. 그 말이 맞았다(거기다가 컵도 사은품으로 줬으니 말이다!). 입문자용 피트 위스키인 만큼 피트 향은 약하게 올라왔다.


바다를 맛보고 싶다면, 피트 위스키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탈리스커 10년을 추천한다.



이전 06화 아드벡, 쿨일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