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vs외강내유 가성비 버번위스키
내가 싱글몰트 위스키 다음으로 도전한 위스키는 버번위스키이다. 사실 그 당시 연애 중이던 J군이 버번위스키를 즐겼기 때문에 둘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다. 100% 맥아로 만드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다르게 옥수수로 만드는 버번위스키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대부분 옥수수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시리얼, 과자, 사료 정도니까. 옥수수를 주재료로(51% 이상) 사용하는 버번위스키를 떠올리면 '구수하겠군.'이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옥수수를 주재료로 사용하면 그것이 버번위스키가 되는 것일까? 아니다. 버번위스키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옥수수를 51% 이상 사용할 것. 둘째, 새 오크통을 태워서 사용할 것. 이 부분이 흥미롭다. 위스키를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오크통을 사용한다. 버번위스키를 제외한 위스키들은 이미 다른 술을 담았던 오크통을 사용한다(대여도 하니 중고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겠다.). 어떤 술을 담았던 오크통을 몇 번째로 사용하느냐는 위스키의 아로마(향)가 달라지는 중요한 요인이다. 버번위스키는 언급했듯이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정확히는 '내부를 5mm 정도 태운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 오크통을 태우는 관경을 매우 인상적이라고 하니 벌써 내 앞에 뜨거운 화염과 오크통 타는 냄새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상상이 절로 된다. 숯처럼 새까맣게 탄 내부로 인해 위스키의 색은 더 진해지고 스모키 향, 캐러멜 등의 아로마가 버번에 입혀진다. 군침이 돌지 않는가? 덧붙여 이렇게 사용된 오크통은 다음 위스키 숙성을 위해 새로운 터전으로 보내진다. 셋째, 버번위스키는 미국 땅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이 조건을 처음 보고 '쳇, 잘났네.'라는 불편한 심사를 내비쳤지만 이런 제한을 두어야지만 퀄리티 높은 위스키가 나온다는 것을 소비자 입장에서 깨닫고 말았다. 조건이 몇 가지 더 있지만 여기까지만 간단히 설명하겠다.
요즘 궁금한 것이 있어 검색을 할 때는 전처럼 검색엔진을 사용하기보다는 유튜브를 사용한다. 위스키를 입문할 때도 유튜브 활용은 아주 유용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였다. 가성비 좋은 위스키! 가성비를 따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당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우선 비싼 위스키를 샀는데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경우. 그리고 더 최악인 경우는 위스키를 맛보고 평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사실 지금도 취향 정도만 판단하지 위스키를 평가하지는 못하지만). 사실 버번위스키는 다른 종류의 위스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가성비 버번위스키' 서칭을 통해 가성비 좋은 위스키이면서 버번위스키이기까지 한 두 녀석이 모두의 입에서 외쳐졌다. "와일드 터키 101! 버팔로 트레이스!" '아아, 이 두 녀석의 색깔을 생각하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라벨지에 프린팅 된 험상궂게 생긴 칠면조와 버팔로는 이제 사랑스럽게 나를 응시하는 것 같다.
그 둘을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위스키 입문자였기 때문에 지금보다 조금 더 직관적이고 날것의 평가만 가능했다. 가령 "내 속이 타고 있어."같은 평가 말이다. 진한 캐러멜 색상의 두 위스키의 라벨지는 강인함(험상궂은 칠면조와 버팔로의 생김새)과 동시에 동물이 주는 귀여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두 위스키를 시음하기 전 예상으로는 와일드 터키는 귀여운 공격, 버팔로 트레이스는 굉장한 파워의 몸통 박치기 같은 타격감을 줄 것 같았다. "땡, 틀렸습니다." 귀여운 칠면조는 50도가 넘는 알코올 도수로 내 식도를 태워 버렸지만 그에 비해 버팔로는 45도의 도수로 귀엽고 부드럽게 식도를 달래주었다. 처음 접해보는 버번위스키는 꽤나 내 마음에 들었다. 그전에 접했던 다른 위스키보다 바닐라향이 훨씬 강했고 덕분에 부드럽고 달달함과 동시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와일드 터키의 광팬이 된 나는 후에 와일드 터키 101 12년을 접하는데 그것의 타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굉장한 여운을 줬다(아 마시고 싶다...). 와일드 터키를 보면 항상 닮고 싶어 진다. 겉은 그렇지 못하지만 속은 굉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모습(사실은 거대하고 마음 약한 버팔로가 나의 모습이지만).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그대여, 버번위스키의 바닐라향으로 부드럽게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 그리고 그대의 취향은 외유내강인가 외강내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