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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팅 앱 사용자 Sep 18. 2024

이탈리아 대학과 한국 대학

편지 10. 9월 24일

언니에게

우리나라 H대학에선 피렌체대학 학점의 2/3만 인정돼. 내가 여기서 18학점을 들어도 H대학에선 12학점만 인정이 되는 거지.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수업을 최대한 많이 신청하려고 마음을 바꿨어. 건축학과에는 한 과목이 18학점인 것도 있데. 엄청나지? 그 수업을 은이가 듣는데, 그 수업은 화요일엔 무려 8시간 연강이래. 그런데 그날 교수님이 2시간 동안 안 나타나셔서 휴강이 되었는데, 학생 중 누구도 딱히 화를 내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돌아갔다는 거야! 나 같으면 입이 대빨 나와서 툴툴거릴 텐데, 이탈리아인들은 기다림에 익숙한가? 요즘 우리나라 대학에선 교수님이 20분 이상 늦으시면 휴강 처리 되잖아. 새삼 정말 이탈리아 대학이랑 우리나라 대학이랑 분위기가 다르구나 느꼈어. 



피렌체 대학교라고 들으면 왠지 엄청 고풍스러운 건물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나오는 수동식 엘리베이터가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냥 평범한 건물이야. 4층, 5층짜리 크지 않은 자주색 건물 몇 개가 덩그러니 있어. 학과마다 건물들이 다른 지역에 있어서 커다란 캠퍼스 느낌은 아니야. 내부는 한국과 대학과 비슷한 몹시 불편한 책상과 의자들이 있어. 좀 다른 건 에스프레소 자판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복도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다는 점! 다들 바닥에 철퍼덕 잘 앉아.


-은경이가



P.S

내가 사는 기숙사 주로 교환학생이 사는 곳이어서 이탈리아인 보다는 다른 국적의 외국인이 더 많아.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온 학생도 많은데, 다들 이탈리아어를 무척 잘해.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어보니까 언어가 서로 비슷해서 금방 배운다 하더라고. 불어는 아침인사가 '봉주르' 면 이탈리아 아침인사는 '본 조르노', 맛있게 먹어가 '본 아페티'면 이탈리아어로는 '본 아페띠또' 이런 식이야. 신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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