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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언제나 현재진행형

by Ahnyoung

육아는 끝이 없다.

예순이 넘은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시집간 딸의 먹을거리와 안위를 살피느라 바쁘고,
사춘기 딸을 키우는 나도 여전히 딸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쁘다.

지난 몇 주, 이 정도 키웠으면 이제 지난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글을 써도 되겠지—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는 "이만하면 됐겠지"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알게 된 시간이었다.

마음이 괴로워 가족에 대한 글을 쓸 수 없었다.
딸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나의 글이 사춘기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시간이 될까 봐
한동안 머뭇거리고 주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면 좀 어떠랴.

나는 늘 불안에 진다.

이제야 마음을 조금 정리하고,
한 발자국 떨어져 기록해본다.

사춘기가 되면서 딸은 잠이 많아졌고, 게을러졌다.
그 모습이 꼭 나를 닮아 더 싫었다.

적어도 아침 8시 25분에는 집에서 나가야 지각을 안 하는데,

매일 아침 차로 데려다줘도 30분이 넘어서 나가고,
늘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모습은 줄타기처럼 내 가슴을 조여왔다.

‘나를 닮아서 저러겠지’ 하면서도,
매일 아침 전쟁 같은 난리에 지쳐갔다.
이해하려 할수록,
내가 잘못 키운 건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에 압도되었고,
아이를 향한 괴로움이 점점 나 자신을 향해갔다.

결국 나는 아이에게 라이딩 중단을 선언했고,
아침마다 하던 모닝콜 역할에도 사표를 던졌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꾸역꾸역 준비를 하고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등교했다.

그렇게 몇 번의 지각 후, 결국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9시가 넘어서 등교했으니 집에서 지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때 상황에 맞춰 룰을 바꿨다.
그게 화근이었고, 실수였다.

지각을 해도 스스로 조율해보도록 기다렸어야 했는데,
담임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나니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밤 12시 반 전에 자고, 아침 8시 25분까지 준비하면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한동안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녔던 딸은
첫날엔 알겠다고 하며 내 말을 들었다.

나는 속으로
‘기지배 많이 힘들었나 보다’ 하며 웃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밤, 나는 또 말했다.

“얼른 자. 내일도 일찍 준비하면 엄마가 데려다줄게.”

아마 나는 나도 모르게 중간중간 그런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일찍 자, 준비 좀 일찍 해라. 그러면 엄마가 데려다줄게."

그런데 그날, 내 말을 듣던 딸이 갑자기 화를 냈다.

"안 데려다줘도 되니까 개 조련하듯이 ~~하면 ~~해준다는 말 좀 하지 마."

나는 너무 놀랐다. 개 조련이라니.

"야, 너 엄마한테 개 조련이 뭐야?"

아이는 말했다.

"엄마, 잘못했으면 그냥 사과를 해. 미안하다고."

우리는 다시 냉랭해졌고,

다음 날 아이는 혼자 일어나 또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가 끝날 즈음, 나는 문자를 보냈다.


네 말이 맞아서 엄마도 좀 화가났나 봐

~하면 ~해준다는 게

널 조련하려는 게 아니라

나름의 방법을 찾다가 한 실수야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

그치만 방법이 잘못됐다해도

엄마가 널 마음 써서 키우는 걸

개 조련이라고 표현한 건 상처받았어

아침에 덥고 가방도 무거운 데 힘들까 봐

데려다주고 싶은데

스스로 시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고

자꾸 다 해주는 게 맞나 싶고

비타민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어제 오늘 헷 갈릴수도 있고 깜빡할수도 있으니까 먹이려고 묻는거지

그게 거짓말할 대상이라고도 생각안해

앞으로는 좀 더 널 믿고 기다리는 연습을

좀 해볼게

학교 잘 다녀오고 엄마가 미안해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답장이 왔다.



처음에는 그냥 엄마가 시간 관리 해주려고

하는 건가보다 생각하고 넘겼어

근데 언제 한번 싸우고 난 뒤로는 나한테 이제 지하철

타고 다니라고 해서 그러려고 계속 시간 조절하면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뭐하면 데려다 줄게

뭐하면 데려다 줄게 이러니까

난 내 선에서 노력하고 있고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잘 하고 있는데 계속 해서 나한테 그렇게 말하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개 조련 하는거냐는 식으로 말이 쎄게 나간 거 같아 이건 나도 미안해

근데 앞으로는 내가 엄마가 이래서 내가 기분이 나빴다고

말하면 진지하게 사과부터 하고 엄마 입장을 말해줬으면 좋겠어

엄마가 어떤 의도로 나한테 한 행동이나 말이 아니여도

내가 그렇게 느꼈으면 사과하는게 맞는 거잖아

나도 앞으로 엄마 입장 더 생각해서 행동할테니까 이것만 지켜줘

나한테는 이게 정말 중요해


아이의 문자를 받고 울음이 터졌다. 미안한 마음과 너무 커버린

이제는 내 품의 아이가 아니라는 서운함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미웠다.
내가 낳았으니 내가 통제하려 하고,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해보려 했던 내 태도가 부끄러웠다.

아이의 문자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했고,
그날 밤 우리는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화해했다.


육아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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