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의 생일이다.
여러 가지 위험을 무릅쓰고 어렵게 낳은,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아이.
어떤 선물을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작년 아이의 생일이 떠올랐다.
남편과 나는 무뚝뚝한 편이라, 기념일만큼은 마음을 담아 챙기려 노력하는 편이다.
작년에도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옷과 화장품을 사고, 작은 파티를 준비했다.
생일 전날 아이에게 어떤 케이크가 먹고 싶은지 물었더니, 케이크는 별로 먹고 싶지 않으니 사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래도 생일인데 작은 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진짜 사지 마"라고 했다.
결국 나는 백화점에서 가장 작은 케이크를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하게 파티를 준비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었다.
잠시 후 들어온 아이의 손에도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내가 사 온 케이크를 본 아이는 “케이크 사지 말라니까...” 하며 속상해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들고 온 케이크를 내밀며 말했다.
"누가 줬어?" 물으니, 아이는 “열어봐”라고만 했다.
케이크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나와 아이, 남편이 그려진 그림과 함께
“엄마 아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벅찬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이는 말했다.
“엄마, 오늘 나 낳느라 고생했잖아. 그래서 내가 케이크 사주고 싶었어.
그리고 며칠 전에 엄마 휴대폰에서 사진을 봤는데, 엄마 아빠가 너무 어린 거야. 그래서...”
아이는 말을 끝내지 못한 채 한참을 울었다.
나중에 들으니, 그 사진 속에 나와 남편이 아기 같은 얼굴로 자신을 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애틋해서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그 사진을 본 뒤로, 아이는 계속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 한 번도 ‘너를 일찍 낳아 힘들었다’고 말한 적 없지만, 아이는 우리 젊은 날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꼈던 것 같다.
친구들이 한창 놀고 즐길 때,
나는 아이를 업고 먹이고 키우느라 바빴다.
시간은 달리 흘렀고, 때로는 외롭고 서글펐지만
아이를 통해 얻은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날, 나는 그때의 작은 슬픔마저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는 큰 힘이 있다.
사진 한 장으로 그렇게 많은 걸 느끼고,
그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
아마도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정성과 사랑이
차곡차곡 쌓여 넘쳐흘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로서 실수도 많고 부족하지만,
이런 순간들 덕분에 ‘그래도 잘 해내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
그리고,
그제야 아이가 왜 케이크를 사지 말라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도 자신의 마음으로 우리를 채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의 생일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매일 싸우고, 지지고 볶고, 때론 미워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를 애틋해하는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히 완성되어 가는 가족이다.
오늘 같은 밤이면,
아이를 낳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