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도박
저녁에서 병원식당에서 은정과 식사를 하였다.
“이틀은 더 쉬고 나오라 했다.”
갈비뼈는 쉬면 금방 붙는다 했다.
이 정도라 다행이었다.
식사 중에 본부장이 들어왔다.
그는 노트북을 꺼내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호텔에서 전남편과 그가 함께 나와,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장면이었다.
“누구야?”
“시내 카지노호텔 지배인입니다.”
“역시 예상대로군.”
“그 주인은 어떤 사람이냐?”
“서울에서 사업하던 사람인데, 조폭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15년 전에 카지노를 인수해서 리모델링 후 직접 운영 중입니다.”
“가족은?”
“서울에 부인과 딸 둘이 있습니다. 둘 다 의사라고 합니다.
월, 화요일은 서울에서, 나머지 5일은 여기서 보내는 사이클로 생활합니다.”
“오늘이 화요일이지?”
“예. 공항 확인 결과, 오늘 도착했습니다.”
“그래, 애썼네.”
밤 9시, 경호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여기서 다 자라. 별채는 부인이 청소해놨을 거야.”
경호팀장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에 집에 다녀와서 오후에 다시 나오도록 해.”
“네, 회장님.”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자, 온몸이 욱신거렸다.
사고의 여파였다.
아무 생각 없이 알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꿈속에서 보현스님이 나타났다.
그의 손길이 따뜻했다.
“상희야, 내가 있으니 괜찮아.”
그 말에 눈물이 흘렀고, 나는 그와 입을 맞췄다.
그 순간, 눈이 떠졌다. 새벽 5시였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거울을 보니 정말 울고 있었다.
꿈이 아니라… 무언가 더 깊은 것이었다.
그의 숨결, 목소리, 그 모든 게 생생했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눈을 감았는데도 방 안이 그대로 보였다.
불이 켜진 책상, 옷장, 창가의 그림자까지.
이게 무슨 일인가.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표지를 보고 눈을 감자, 책의 뒷장이 보였다.
책장을 넘겨 확인하니 정확히 같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다.
믿기 어려웠다.
밖으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마당에 서자 경호원들이 일어나 인사했다.
“모두 잘 잤지?”
“네, 회장님.”
새벽 공기가 서늘했다.
“팀장, 운동기구 필요한 거 있으면 사와.”
“네, 회장님.”
“경호원들 쓸 건 법인카드로 처리해. 안 서운하게.”
“네.”
“아침은 다 같이 8시에 먹자.”
“네, 회장님.”
샤워를 마치고 화장을 했다.
오늘은 이상하게 치장하고 싶었다.
무릎까지 오는 치마, 한쪽이 허벅지까지 트여 있었다.
섹시했다. 어쩐지 그게 오늘은 필요할 것 같았다.
호텔 앞에 도착하자 말했다.
“두 시에 데리러 와.”
그들이 떠나자, 혼자 카드놀이를 시작했다.
눈을 감자 카드의 숫자가 그대로 보였다.
48장 전부 맞췄다. 놀라웠다.
8시 50분, 창밖을 보다 또 한 번 놀랐다.
9시 주식 동시호가 화면이 영화처럼 떠올랐다.
S전자 9만 8천 760원.
시계를 보니 8시 55분이었다.
곧 노트북을 켜고 주식창을 띄웠다.
8시 59분, 9시 정각에 숫자가 나타났다.
정확히 일치했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오전 내내 카드와 주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본부장과 호텔 앞 김치찌개집으로 향했다.
“돼지고기 듬뿍 넣어서 두 개 주세요.”
“네, 회장님.”
이 일대 7만 평의 땅이 내 땅이었다. 가장 안전한 구역이었다.
식사 후, 옆의 커피숍으로 옮겼다.
본부장이 말했다.
“카지노 사장이 주식으로 큰 손실을 봤답니다.
우리호텔로 손님이 몰려서 카지노 쪽은 절반으로 줄었다네요.
외국인 전용이라 내국인은 출입 불가라 합니다.”
“거기 호텔 본부장 알지?”
“예.”
“전화해서 전해. 오늘 3 시에 카지노 게임 한 판 하러 간다고. 자리 좀 만들어달라 해.”
“네, 회장님.”
본부장과 손을 잡고 잔디밭을 걸었다.
가을 햇살이 부드러웠다.
2시가 되자 경호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새 차가 나올 때까지는 렌트카 두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사무실에 들러 수표 1억 원을 챙겼다.
오늘 도박을 할 돈이다.
“00카지노로 가자.”
오후 2시 40분, 카지노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20층 규모, 1·2층이 카지노였다.
지하엔 사우나와 헬스장, 각종 부대시설이 있었다.
지배인이 직접 나와 맞았다.
“회장님께서 차 한 잔 하자고 하십니다.”
“1층 커피숍으로 하자고 해.”
회장이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건장한 체격, 예순 전후의 남자였다.
“따님이 의사라 들었습니다. 훌륭하게 키우셨네요.”
그는 웃었다.
“제 뒷조사까지 하셨군요.”
사고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10분쯤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말했다.
“저, 바카라 게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안내해주시겠습니까?”
처음 들어가는 카지노였다.
이미 내 자리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딜러에게 수표를 건네자 천만 원짜리 칩 10개가 내 앞에 놓였다.
회장이 옆에 앉았다.
“저도 같이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그 역시 1억 원을 바꿨다.
바카라. 단순한 게임이었다. 플레이어와 뱅커 중 하나를 맞히면 된다.
상한 베팅은 3천만 원.
그가 먼저 뱅커에 3천을 걸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뱅커 7, 플레이어 9.
“플레이어 3천.”
결과는 내 승리였다.
정말로 카드가 보였다.
연속 다섯 판을 이겼다.
순식간에 1억 5천만 원의 이익이다.
카지노 회장은 5천만 원 손실이었다.
직원들과 경호원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말했다.
“회장님, 이 카지노호텔… 저한테 파실래요?”
회장의 표정이 굳었다.
나도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
“제 호텔 짓는 데 1,600억 들었습니다.”
“그 돈에 파시죠.”
“돈이 많으신가 봅니다. 3,200억이면 생각해보죠.”
다음 카드가 나왔다.
그가 플레이어에 3천을 걸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뱅커 9, 플레이어 3.
“뱅커에 전액을 올인했다.”
내 손에 남은 돈 2억 5천을 모두 걸었다.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기하시죠.”
“……?”
“제가 이기면 1,600억에 파시고, 회장님이 이기면 3,200억에 사겠습니다.”
주변이 술렁였다.
직원들의 시선이 몰렸다.
회장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좋소. 약속하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 법무팀 들어오라 해.”
법무팀장과 본부장이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동시에 오픈할까요?”
“그럽시다. 하나, 둘, 셋.”
카드가 펼쳐지는 순간, 회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의 침묵 끝에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정합니다. 1,600억 원에 팔겠소.”
카지노 바카라 테이블 즉석에서 계약이 체결됐다.
은행 지점장이 대기 중이었고, 곧바로 1,600억 원이 이체되었다.
“오늘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나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내일은 제가 출근하겠습니다. 직원 인수인계는 오늘 중으로 마무리하시게요.”
회장은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바라볼 뿐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내 사람들은 모두 대기하고 있었다.
“법무팀장에게 서류 이전에 차질 없게 진행하세요.”
“네, 회장님.”
“본부장, 은정, 승무원, 화가, 그리고 법무팀장 — 오늘 중으로 인수인계 모두 끝내세요.”
"네 회장님"
“팀장에게 전해요. 저녁에 바베큐 준비하라하세요.”
“네, 회장님.”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0분.
4시까지는 모두 도착하기로 했다.
팀장의 부인이 내게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회장님, 장 보러 같이 가시죠?”
“그래요. 갑시다.”
1,600억 원.
그 돈은 내게 손해도, 이익도 아니었다.
문제는 ‘허가’였다. 정부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결국 카지노 회장 한 명과 측근 몇 명만 바뀔 뿐,
그 자리는 그대로 남는다.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카지노는 단 하나, 강원도뿐이다.
어제의 사건이 모든 걸 바꾸어놓았다.
누구라도 나처럼 결심했을 것이다.
보현사를 불태운 일은 잘한것 같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잘한 일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 정말 잘 한일이다.
이제 나는 섬나라 세 곳의 호텔 전쟁에서 두 곳을 손에 넣었다.
이제 남은 건 대기업이 운영하는 단 하나의 호텔뿐이다.
내가 카지노를 운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생이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