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여왕
저녁 7시 30분, 모두가 모였다.
본부장이 말했다.
“카지노호텔 회장님하고 남동생, 그리고 처남. 세 분만 떠나는 걸로 정리했습니다.”
호텔 사장은 제주 원주민이라 남기로 했읍니다.
카지노 총괄 매니저도 그대로 남기로 했읍니다.
“응, 그래. 수고했어요.”
숯불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번졌다.
다 함께 건배를 외치는 그때, 손님이 찾아왔다.
카지노호텔 회장이었다.
손에는 값비싼 양주 한 병이 들려 있었다.
“그냥 오시지요. 이리 오세요.”
내가 잔을 따르자 회장이 미소 지었다.
잠시 후, 카지노회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회장님 가시고 나서 머리가 아파서 잠이 들었는데…
꿈을 꿨습니다.
불타는 절 안에서 제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비석에는 ‘보연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직원에게 물으니, 회장님이 운영하던 절의 이름이라고 했읍니다.
“사실 제 아내가 무당입니다.
20년 전 신내림을 받아 서울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읍니다.
회장님 사주를 보내 점을 봤더니, 회장님 곁에 있으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점괘가 나왔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바카라 칠 때, 회장님은 패를 알고 계셨죠?”
내가 말했다. “...맞아요. ”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하나 더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그는 허리를 숙였다.
“호텔 옆에 27홀짜리 정규 골프장이 있습니다. 같이 매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서울로 올라가겠습니다.”
“얼마요?”
“회장님이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
“제가 인수할게요. 시세대로 계산해서 내일 입금해드릴게요.”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주식으로 얼마나 손해 보셨나요?”
“500억 조금 넘습니다.”
“그래요. 다 정리하시고 노후는 편히 보내세요.”
그는 소주 한 잔을 마시고 돌아갔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제 우리 골프 마음대로 칠 수 있는 건가요?”
“그래. 힘 닿는 데까지 쳐라.”
그렇게 새로운 사업이 또 시작되었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6시에 출근했다.
호텔에 들러 본부장에게 카지노호텔 전체를 맡겼다.
두 호텔을 관리하는 것이다.
골프장은 내가 직접 오가며 보기로 했다.
법무팀장에게 골프장 계약서를 받고, 지점장에게 입금을 지시했다.
카지노 직원 급여는 상희호텔 직원과 동일하게 맞추라고 했다.
제주에서 ‘최상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9시에 카지노로 출근하니 다들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장님, 하시던 대로 그대로 하세요.”
회장실에 들어가니 모든 집기가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비서는 25 살의 미인이었다.
사장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카지노를 한 바퀴 둘러봤다.
카지노 지배인이 말했다.
“장사만 잘되면 매입하신 1,600억, 1년 안에 회수됩니다.”
“그래요. 잘 부탁합니다.”
11시에 골프장으로 향하니 사장이 직접 나왔다.
“골프장 옆에 회장님이 사시던 집이 있습니다.
오늘 늦게나 내일쯤 떠나신다고 합니다.”
“이사 가시면 리모델링 깨끗이 해놔요.”
“네, 회장님.”
멀리서 보니 2층짜리 유럽풍의 흰색 집이었다.
수영장도 딸려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
점심은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히 먹고, 바닷가 용두암으로 향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근처 카페에서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 모금의 커피가 피로를 녹여주는 듯했다.
경호원들은 밖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마셨다.
선글라스를 써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의 패션은 타이트한 흰색 스판 바지에 검정 구두, 가벼운 티와 흰색 재킷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곳의 생활은 나를 완전히 ‘섬나라의 여왕’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침엔 주식을 했다.
하한가로 떨어지던 종목을 6배 공매도로 사더니 30분 만에 상한가로.
1,000억 원을 외상으로 매수해 2,800억 원으로 불렸다.
미국 주식이었다.
커피숍에 앉아 노트북으로 또 20분 거래하자 2,000억이 더 벌렸다.
이제 통장엔 5,000억이 있다.
주식은 다 정리했다.
그냥 은행 통장에 넣어두었다.
주식이든 카지노든, 결국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게임이다.
문득 가까운 교회에 가서 헌금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5시, 왈츠 학원으로 향했다.
며칠 만이라 원장 누나가 반갑게 맞았다.
남동생은 서울로 취직을 갔다고 했다.
원장은 내게 왈츠 한 곡을 청했다.
같은 여자이지만 손끝의 감촉은 묘하게 따뜻했다.
회전하며 허리를 스치고, 맥박이 닿는 그 순간 — 춤은 정말 마약 같았다.
몇 곡의 왈츠가 끝나고 나는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그녀는 미소 지었고,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헤어지기 전, 나는 수표 세 장을 그녀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안 받을라고 한다.”
“그냥 받아요.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어요.”
백만 원짜리 수표 세 장이다.
30분의 왈츠가 나에게 준 힐링의 값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9시였다.
팀장 부부와 경호원 두 명은 숙직했고, 나머지 두 명은 퇴근했다.
그리고........
6월, 장마가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새벽의 비소리에 눈을 떴다. 5시이다.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니, 집 안에서 부부가 일어났다.
팀장부인의 아침 준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를 카지노호텔로 발령을 냈고, 야간은 하지 않았다.
팀장 아버지는 호텔 주차 요원으로 정직 입사시켜주었다.
마당 관리는 주 1회, 청소는 경호원들이 맡았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시간은 시냇물처럼 고요하게 흘러갔다.
내 하루의 주 업무는 간단했다.
호텔 앞을 걷거나 달리며 한 시간 운동이다.
7만 평의 부지를 오가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가장 성숙해지는 법이다.
가끔 호텔앞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을 얻어 마시고,
그 평화로운 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