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이 출근하며 말했다.
"저녁에 보자. 택시 타고 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오전 8시, 문자가 도착했다.
“예쁜 사람, 좋은 아침. 오늘도 널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잠시 망설였다.
마음 한편으론 보고 싶었지만, 남편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결국 이렇게 답했다.
“오빠, 미안해요. 오늘은 집에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봐요.
바빠서 오늘은 문자도 잘 못 할 것 같아요.”
그는 “그래, 좋은 하루 보내. 2주 안에는 꼭 보자”라고 답했다.
나는 더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오후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형부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와, 아직도 형부는 완전 로맨티스트네.
단둘이 데이트라니, 애들 다 빼고 말이야."
"우리 남편은 지구가 멸망해도 그런 일은 없을걸.
그냥 돈이나 열심히 벌어다 주면 고맙지, 뭘 더 바라겠어."
"푸하하.진심으로 말해보는 건 어때?"
"그런 말은 제대로 들을 상대한테 해야지."
우린 그렇게 웃으며 서로의 삶을 이해해주었다.
동생은 여자지만, 말투나 행동이 남자 같다.
목소리도 크고, 카페에서도 조용할 틈이 없다.
내가 말한다.
"좀만 작게 말해봐. 다 들려."
"언니, 이게 제일 작은 거야."
미칠 노릇이다.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다 거울 앞에 섰다.
169cm, 51kg의 체형. 대부분의 옷을 소화해낸다.
다만, 아쉬운 건 볼륨감.
성형을 고민했던 적도 있었지만, 남편이 지금의 나를 충분히 좋아해 줬다.
“네 몸 그대로가 제일 예뻐.”
그 말이 내겐 충분했다.
잠자리 이야기는 어디 가서 꺼낸 적 없다.
굳이 나눌 이유도 없었다.
그저,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고, 남편은 늘 만족스러워했다.
어쩌면 타고난 본능이었을까.
남편은 내게 종종 "명기"라는 표현을 썼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 눈빛과 몸짓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사랑이라는 바탕 위에서만 의미가 있었다.
다시 옷장을 열었다.
어제 오빠를 만날 때 입었던 원피스 대신, 파란 큐빅 원피스를 꺼냈다.
남편이 생일 선물로 직접 고른, 오른쪽 허벅지가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누구나 소화하긴 어렵지만, 남편이 좋아하니 입게 된다.
딸이 말한다.
"엄마는 진짜 모델 같아. 아빠는 땡잡은 거지."
"아빠는 엄마가 땡잡았대."
"그건 아빠가 몰라서 그래."
남편은 나의 첫사랑은 아니지만, 첫 남자였다.
처음 입사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지점장님이 불렀다.
“차 한잔 어때요?”
"무슨 일로요?"
“세상 이야기나 하려고요. 부담 갖지 마세요.”
속으로 '작업인가?' 싶었지만, 웃으며 앉았다.
그 자리에서 남편을 소개받았다.
“내 동생인데 건축 설계사예요.
성실하고 참 괜찮은 사람인데, 밥 한번 같이 해보는 건 어때요?”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었다.
남편은 첫 만남부터 나를 만나기 위해 먼 타지에서 왔다.
첫인상은 차분하고, 날카로운 듯 섬세했다.
건축 설계사로서, 또 혼자 야간 대학을 다니며 꿈을 키운 사람이다.
나는 그 진심에 감동했다. 결국 결혼까지......
그날 저녁 5시 45분.
“곧 내려갈게.”
그 몇 분 후, 남편의 차가 도착했다.
"야, 타!"
평소와 다르게 농담도 던지며 말이 많아졌다.
“여직원들이 오늘도 한잔하자고 하더라. 인기란 게 참 안 사라져.”
"가서 마시지 그랬어."
“아냐, 내 눈엔 당신이 최고야.”
어쩐지, 오늘의 그는 달라 보였다.
우리가 향한 곳은 시내 60층 한정식 레스토랑.
"무슨 이런 비싼 데를…"
“괜찮아, 법인카드로 계산할 거야.”
써빙하는 직원들은 젊고 아름다웠다.
잠시 스쳐가는 생각이 남편도 저런 여자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남편은 복분자주를 따르고, 이어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가자고 했다.
60층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밤은 찬란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가 있었는데, 나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남편은 와인을 주문했다. 이탈리아 빈티지 와인. 한 병에 50만 원.
“계약 하나 성사됐으니, 오늘만은 괜찮아.”
잔을 부딪히며 마셨다. 향이 부드럽고, 여운이 길었다.
잠시 후, 남편이 말했다.
“요즘 당신, 많이 달라졌어.
난 아무 말 안 했지만 다 느끼고 있었어.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해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과거든, 지금이든, 미래든 내 여자는 당신 하나야.
잠깐 흔들릴 수 있는 거 알아.
아무것도 묻지 않을 테니,
다시 나만 바라봐 주겠다고… 말해줄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할게.”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화장실로 달려가 흐느꼈다.
‘정신 차려라… 이 미친년아.’
혼잣말을 뱉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돌아오자, 남편은 다시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우린 호텔로 향했다.
그날 밤, 나는 가진 모든 감정과 사랑을 담아 남편을 안았다.
마치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내 몸은 와인처럼 달아올랐고, 남편은 나의 모든 사랑을 받아 주었다.
한없이 타오른 밤.
그렇게, 우린 다시 하나가 되었다.
남편이 속삭였다.
“사랑해.”
나도 말했다.
“사랑해.”
그는 부드럽게 나를 안고 입맞춤을 했다.
“피곤할 텐데… 좋은 꿈 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의 태양이 다시 밝아올 것을 믿으며.
장작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느낌의 밤이였다.
"불꽃처럼 뜨겁게 우리부부는
원없이 모든것을 단 한개의 아쉬움도 없이 다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