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언제나 진실처럼 말했다

# 거짓과 욕망의 대화

by 전태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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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 머리가 맑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운전대를 잡아 김 사장의 사무실로 향했다.

오전 8시 50분, 목적지는 3층, 사채업 사무실이다.



명동 변두리, 남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시가로 약 50억에 이르는 건물이다.

박 사장의 소유다.



내가 감방에 갔을 즈음, 그는 사업 규모를 크게 줄였다.

욕심도 조절하며 선을 지키는 법을 배운 것이다.




지금은 대형 유흥업소 열곳에 선수금을 대주는 일만 한다.
그 ‘열 곳’이면, 솔직히 이것도 어마어마하다.



명동에서만 사채 30년.

그는 이제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의 증인처럼 살아간다.


작은 건은 다른 업자들에게 넘기고, 골프도 끊었으며,

기사 없이 등산만 한다.

현금은 늘 50억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 사무실에 들어서니 경리와 김 부장이 인사를 건넨다.


경리는 서른두 살쯤 되었고, 십 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이다.

김 부장은 일 배우는 중인 눈치다.




경력은 대략 5년 남짓. 둘 다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했다.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서울 공기, 좋지?”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경리가 차를 내온다.

드디어 본론이다.



“큰 건 하나 물었어. 공사 끝나면 베트남으로 이민 가려 해.”


“그래요? 말씀이나 해보세요.”

박 사장이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지방에 있는 중형 사이비 교회야.

본당 시세가 100억 정도. 부속 기도원, 대안학교, 아파트 등 다 합치면 대략 200억 규모지.”




“교주는?”

“일흔다섯. 아들은 마흔둘. 서른 넘어서 부교주 된 건, 이유 묻지 마. 세습이지 뭐.”




“핵심은 뭔데요?”

“말이 목사지, 실상은 쓰레기야.



일요일엔 예배 마치자마자 강원도 카지노로 튀어.

화요일 밤쯤에 다시 내려오고…

이게 벌써 1년이야.”



“결혼은?”



“애 둘. 아들과 딸. 중학생이고 부인도 있어.”


“그럼 지난 1년간 교회 재정에 손해도 꽤 났겠네요.”


“한 5억 정도. 아버지가 교회 돈으로 메꿔줬지. 아무도 몰라. 그냥 덮었어.”



“지금 교회 살림도 안 좋겠네요.”

“거의 헌금으로 버텨. 아슬아슬하지.”




“결론은요?”

“우리가 이 교회에 돈을 빌려주는 거야. 30억 정도.”



“어떻게요?”

“야, 그건 네 몫이지.”

나는 침착히 되물었다.



“교회에 30억 빌려주고, 우리가 그 교회를 먹는다는 가정이면... 내 지분은 몇 퍼센트요?”



김 사장이 머뭇거렸다.

“삼십.”

나는 손가락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노노노. 사십.”



“좋다. 육대사.”

“내가 육이요?”


“아니지, 내가 육이다.”


200억짜리라도 급매로 치면 150억.

그 기준이면 40%면 나쁘지 않다.

게다가 모든 리스크는 내 몫이다. 내가 걸리면 감옥 간다. 그 대가다.



다음 날, 우리는 함께 지방으로 내려갔다.

서울에서 세 시간 거리.

현장을 둘러보고, 등기부를 확인했다.



모든 자산은 교주 개인 명의. 대출은 절반 정도.

다행히 근저당은 한 은행에만 설정되어 있었다.



이건 해볼 만하다.

설정이 여기저기 퍼져 있으면 공사로 접근하기가 까다롭다.



실상은 200억이 아니라 100억짜리였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었다. 은행하고만 잘 조율하면, 150억 가까이도 만들 수 있다.



일주일간 박 사장과 머리를 맞댄 끝에,

내가 교회 근처로 이사하고 사무실도 옮기기로 했다.

3월 말이었다.



3개월 안에 30억을 대출해주고, 1년 내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언제나 그랬듯, 공동경비를 받았다.

추후 이익 분배 시 제외하기 위한, 일종의 실탄. 5억. 현금이었다.



이제부터는 내 단독 무대다.
나는 타고난 두뇌를 가진 사기꾼이다. 이 판은 내 것이다.




그날 저녁, 선희와 만났다. 최고급 일식집.


흰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온 그녀는,

한때 사업을 하다 빚을 졌고, 그것만 청산되면 이 일을 그만둘 거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불렀다.



내가 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어주고,

사케를 따르자 그녀는 시원하게 들이켰다.

나도 한 잔 들이켜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너, 빚이 얼마니?”

“오빠가 갚아주실라고요?”

“응. 그럴 수도 있지.”

선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말로 갚아준다 한 사람만도 수십 명이에요.”

나는 다그치듯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얼마야?”

“1억이면 다 해결돼요.”



나는 조용히 가방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

“선수금 1억이야. 일 끝나면 3억 더 줄게.”



그녀는 술을 한 잔 더 마시고, 조용히 가방을 바라보았다.

“마약 운반 같은 건 아니죠?”



“그래. 너 징역 갈 일은 없어. 내가 시킨 대로만 해.

지금 이 1억, 그리고 성공보수 3억. 총 4억이야. 3달 동안. 해볼래?”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말했다.

“…오빠 믿고, 해볼게요.”



그날 밤, 우리는 오피스텔에서 함께 잠을 잤다.

어쩌면 마지막 평화였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선희는 그 가방으로 빚을 다 정리했다.

300만 원 남았다며, 그 돈을 손에 쥐고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었다.




출소 후 몇 번 만나봤지만, 이렇게 해맑게 웃는 그녀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키가 크고 날씬해서였는지, 그날따라 유난히 아름다웠다.



그렇게 우리는 짐을 챙겨 함께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각자의 역할을 시작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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