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허망의 경계

by 박재옥 시인


병실에서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고 온 날 밤,

그게 끝인 줄 몰랐었다

그 날 밤이 천둥과 번개의 시간이었음을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왜 막다른 벼랑을 보지 못했을까


아버지는 담담한 모습으로

평소 그대로였으므로

지나간 날과 같은 밤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찾아가면

와불(臥佛)처럼 누운 채 반겨주실 줄만 알았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묻지도 않았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아버지 역시 마지막을 모르셨던 걸까

아버지는 작별인사를 해주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눈 밑의 검은 비탈을 눈치 챘더라면

그 막막한 천장을 눈치 챘더라면


다음 날, 투석 받으러 가신 아버지가

영영 깨어나지 못하시고

철 지난 달력처럼 넘겨져 버렸을 때

다시는 건널 수 없는 강 앞에 서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건널 수 있는 깊이가 아니었다

찰나가 곧 영원이 되어버리고 마는

그 허망의 경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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