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원산도를 방문했다가
주민들만 탈 수 있다는 스티로폼 뗏목을 얻어 타고서
썰물 때만 섬이 된다는 여에 들어가게 되었다
뗏목이 여에 닿자마자
주민들은 날다람쥐처럼 뛰어내리더니
커다란 돌들을 들춰내면서 그 속에 숨어있던
게나 해삼, 낙지 등속을 신속하게 수거해 나갔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뒤쫓으며 아무리 들춰봐도
어린 게들이나 부상병처럼 어기적거리며 기어 나오는 정도이고
도통 수거할만한 생물이 없다
주민들이 토벌군처럼 사방으로 흩어져서
날랜 호미질로 개흙을 파헤칠 때는
어른 주먹만 한 개조개들이 연신 튀어 나온다
내 눈엔 선수가 따로 없다
그들의 들통은 금세 개조개로 탑을 쌓아 가는데
번번이 헛발 짚는 나는
어디를 어떻게 파야할지 몰라 길 위에서 길을 잃는다
눈 뜬 장님의 조개 구멍이여
여기 개흙 속엔 개조개 군단이 포진하고 있다는데
구멍이랍시고 파보면 매번 허탕
선수와 비선수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다
이 궁벽한 외딴 섬에서 실력을 안으로 숨긴 채
허기를 채우겠다는 일념으로
겨울 칼바람에 맞서며 내공을 연마해왔을 선수들
나를 울리는 뜨거운 삶의 선수들
도처에 숨은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면서
자신이 진짜 선수인지도 모른 채
고립된 생의 구멍을 파고 또 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