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씹는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자석처럼
척척 달라붙으니 거부할 수가 없다
나태와 자멸의 뱃살이 달라붙는 줄도 모르고,
영혼을 갉아 먹는 공허가 팽창하는 줄도 모르고,
침 흘리면서 맛을 찾아 헤매는
혀는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달게 씹는다
오늘은 또 어디 가서 무얼 먹을까
하루 세 번, 동물성의 광채와
채식성의 발랄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탐식의 본능에 충실하다
삼삼하고 간교한 혀
어느 미인의 책략보다도 미려한 한 수다
맛의 마법을 기억하고 있는 돌기들이
일제히 섬세한 촉수를 뻗어오면
달고 짜고 시고 쓰고 매운 맛의 열전에
이성은 마비되고 감정은 혼미해져서
죽음에 이르는 맛을 꼭꼭 씹게 된다
입안의 숨은 도끼는 보이지 않고,
맛의 포로가 된 혀는 꼼짝 할 수 없으니
하루도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인
육체를 원망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