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때가 다 된 낡은 구두를 보니
나라는 사람이 보인다
한사코 바깥쪽으로만 굽이 닳아 있는 뒤꿈치는
정도를 걷지 못하고,
외곽을 삐딱하게 걸어온 걸음걸이이다
그게 다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고 살아온
성격 탓이 아니냐고,
낡은 구두는 나에게 말한다
아침마다 구둣솔로 솔질하고 나서
구두 신는 일은 불타는 생활 전선으로 떠나는
신성한 출정식이었다
그런 구두가 늙어, 밑창이 헤 벌어져
딱딱 말 울음소리를 내고,
광나던 구두코는 광채의 언덕을 잃어버린 지 오래
구두 표면에 새겨진 흠집들과
얼기설기 사연 많은 잔금들은 말한다
출근 시간에 맞추어 뛰어다녀야 했던 난독의 길거리와
업무시간에 쫓겨 종종거리던 회랑의 하루하루를
누군가의 죽음을 문상 다녀온 일과
직장상사를 씹어대던 회식자리에서
게워낸 오물이 튀어서 그려낸 별자리 얼룩을
더러운 세상이라며 걷어찼던 쓰레기통처럼
구두의 상처는 나의 상처가 되었다
그저 그런 날들,
숨찬 시간들이 만들어낸
족적의 희로애락을 뒤로 하고
새처럼 떠나보내야 하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