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랏 오지마을 들어가는 길이
초식동물의 내장 속 같다
한 굽이 두 굽이 돌아가다 보면
어느새 바람의 체취마저 바뀐다
도시에 사는 동안 안에서 퇴적된 것들
이유 없이 팽팽해진 것들, 상처 받은 것들
날 선 것들이
차 한 대 겨우 피해갈 만한 좁은 길을 들어가는 동안
덕지덕지 앉은 마음의 때가 벗겨진다
이런 종류의 신선함이야말로
얼마만인가
사라진 고향집 우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청량감이며 눈발처럼 언뜻언뜻
비치는 충동질은
벌랏 오지마을 들어가는 동안
가파르던 마음의 직선이 구부러지고
강파르던 나를 바꿔준다
어느 가문에서 묘 쓴 자리가,
청음의 새소리가,
전나무 숲이 반사하는 빛 푸른 향기가,
가재가 사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공기들이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심정이 꼭 이랬을 것만 같다
뒷산 등걸처럼 편하게 앉을 자리 내주는
벌랏 오지마을 들어가는 길
의심 많은 도시인답게 별 기대 안 하고 찾아왔건만
내륙의 뱃속 깊이 들어와서
조바심치던 아우성들이 아늑해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