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동마을에 갔는데, 상춘헌(賞春軒)의 양반 아저씨가 우리 가족을 붙잡는다 이리 와보라고, 조선을 보여주겠다고, 이 집을 그냥 지나쳐버린 가이드 일행을 뒤쫓으며 겉모습만 대충 훑고 건너 띄려 하는데, 상춘헌의 양반 아저씨 친근한 척 말 걸면서 붙잡으려 한다 말랑말랑한 조선의 속살을 보여주겠다고, 내가 소매를 뿌리치고 냉정하게 발길 돌리자, 이번에는 뒤따라오던 두 딸아이를 붙잡는다 봄빛이 화사한 조선의 안방을 보여주겠다고, 양반답게 통 큰 제안을 한다 그러나 두 딸아이도 아빠 따라 간다고 냉랭히 발길 돌리자 양반 아저씨, 자기는 아들이 둘인데도 말을 안 듣는데, 저이는 딸이 둘인데도 아빠 말을 잘 듣는다고, 비 맞은 샌님처럼 푸념을 한다 유가(儒家)의 고래지붕이 무너진다고, 앞뒤 꽉 막힌 조선의 봄이 푸념을 한다 촉박한 일정 탓에 가이드 일행을 뒤쫓는 우리 가족을 원망하면서, 조선의 안방에 모셔둔 연둣빛 새봄을 봐 달라고, 뼈대 있는 가문이 뼈대 없는 가문에게 통사정을 한다 요즘 사람들이 콘크리트 성 안에 갇혀 살아서, 너무나 폐쇄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