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옛날 7번 국도

by 박재옥 시인


떠나보지 않고서는 길을 모른다

난마(亂麻)처럼 얽힌 길들도 집으로 향하고

결국은 돌아오기 위해서 떠난다는 것도


동해의 파도소리 들으며 다졌던 길

수로부인이 경주에서 강릉까지

향기를 흘리며 걸어갔던 길

가는 길에 어떤 노인이 높은 절벽의 꽃을 꺾어다가

바쳤던 길


옛길은 사람과 마소의 발아래서 굳어졌지만

오늘날의 도로는 자동차 바퀴 아래서 길들여진다

동해의 눈 시린 쪽빛에 두 눈을 적시며

그 길을 달린 적이 있다

비현실의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는 착각으로

온몸을 떨면서

그럴 때 삶이란 별게 아니었다


달리다 보면 나중에 묻히고 싶은 지점이 있다

길 떠나는 이의 숙명이 어디선가 멈추는 것이듯

바닷길 어딘가에 육신의 뼈를 묻고,

뒷날 노란 영혼의 꽃이라도 피워보고 싶은 지점이

7번 국도, 그 어딘가를 지날 때가 꼭 그랬다

푸른 쪽빛에 생의 마지막 열망을 토하고 나서

바퀴를 멈추고 싶은 곳이


떠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길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지나온 길들이 모여서 생을 다지고

다시 흩어놓는다는 것을

길을 가다가 머무는 곳이 곧 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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