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생의 놀라운, 복병들

by 박재옥 시인


살아가는 매순간이 놀랍다

생의 커브에서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복병들

거리로 나온 지 몇 분 만에

신호등 앞에 정차한 내 차의 후면을 딱 치는

타인의 자동차가 그렇고,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는 이마를

벌떡 일어나서 딱 치는 멀쩡한 아스팔트가 그렇고,

오랜만의 주말 휴식을 빼앗아 달아나는

엇갈린 호출과 송출


횡단보도를 건너가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새똥이 이마를 딱 치던 순간처럼

느닷없이 나타나서 치고 달아나는 치욕들

똥 싸고 날아가 버린 새처럼

느닷없이 나타나서 굳은 어깨를 더욱 굳게 만드는

부고장이나 도로카메라에 찍혀 날아오는 범칙금,

기다리지 않아도 잘도 찾아오는 고지서들

힘 빠진 하루가, 저만치 달아나고

낯선 여자가 일으키고 지나간 스파크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각본들


전생인지 전전생인지 모를

그것들은 도대체 어떤 생의 복선이었을까

진짜 나의 생이기나 한 것일까

혹시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급하게 차 몰고 나온 어느 겨울날,

아우성치며 달려들던 눈발처럼

순간의 동굴에서 튀어나와, 느닷없이

내 뺨을 후려치고 가는 생의 주걱들은

도대체, 누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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