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비둘기 같은 사람이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월요일 퇴근길
아파트 정문에서 우연히 만난 추 사장이 물었다
비둘기의 소식을 들었느냐고?
추 사장은 비둘기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얼마 전, 아파트 테니스 모임에 나타난 비둘기는
회원들과 즐겁게 게임을 한 후에
회식자리에서 소주를 마시고 헤어졌는데
그런 비둘기가 날개를 접고 뛰어내렸다니
비둘기는 사랑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던 인물이었다
주말마다 교회봉사단체 일원으로
독거노인들이 살고 있는 산동네에 찾아가서
집 청소나 가전제품을 고쳐주고,
라면 박스 등을 넣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쳐 본 적이 없었던
같은 교회에 다녔던 사이비 교인 하나가
비둘기의 선량한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고 한다
사업 부도를 빌미로 비양심 도장으로
전 재산인 아파트를 날로 먹었고,
둥지를 잃고서 거리로 쫓겨나게 된 충격에
비둘기는 뛰어내렸다고 한다
산동네 독거노인들은 한동안
오지 않는 비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자원봉사자가 찾아오자
노인들의 기억 속에서도 빠르게 지워져갔다
그 후에 사이비 교인은 다른 교회에 등록하여
거짓 헌신을 팔아서 재기에 성공하였고,
비둘기가 없는 세상은 잘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