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석사 무량수전(浮石寺 無量壽殿)

by 박재옥 시인


도시에 살다가 마음이 강퍅해지면

다 내려놓고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보러 가자

검은 한숨과 종종거리던 초조함 다 던져두고

고려 대목장이 빚어놓은 아름다움에 취하러 가자


이건 꿈이다

칠백 년 화마도 피해 간 나무의 황홀이다


조선 여자 허리통 같은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밀물져가는 능선들 바라보고 있으면 알게 될 거다

우리가 살다온 저 아래 마을들이

사실은 푸른 산의 모성 아래 터 잡은 보금자리였다는 것을

고만고만한 지붕들이 머리 맞대고

서로 먼저 먹겠다고 입 벌리며

티격태격 다투던 둥지였다는 것을


조사당(祖師堂)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

길가 바위에 엉덩이 내려놓고서 무량수전 오래오래 바라보다가

눈 속에다 아름다운 절집 하나 짓고서 내려오자

그리하여 사는 일이 강퍅해질 때마다

눈 속의 무량수전 꺼내보면서 사악해지는 마음 다스려보자

참으로 정결한 마음의 성지 하나 내 안에다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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