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를 타고 황량한 태백 탄광촌을 지나면서
낮이 지나고 어둠 뒤에 오는 것이
사람의 마을에 켜지는 등불임을 알았다
기차가 탄광촌 협곡을 지나갈 때
갱 속 같은 적막한 마을의 창문으로
등피를 닦은 불빛들이 수선화처럼 하나 둘 피어나고
따순 밥 같은 말들이 두런두런 들려온다
채탄 작업을 마치고 땀에 젖은 작업복 벗어두고
집으로 돌아와 마주한 저녁밥상은 얼마나 따뜻할까
깊은 어둠 속에서 피어난 불빛들이
사람 사는 평범한 이치를 깨우쳐주고 있었다
우리가 산다는 것도 결국은 고갈되는 탄을 캐기 위하여
더 깊은 갱 속으로 파고 들어가듯이
깊은 어둠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것
땀에 젖은 동료의 손에 물 한잔 건네주며
함께 저 환멸의 강을 건너가는 것
그리하여 힘없고 볼품없는 우리가 우리에게
반딧불 같은 생명의 불빛이 되어주는 것
밤에 태백 탄광촌 협곡을 지나면서 알았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던 관솔불처럼
동료의 땀에 젖은 옷자락을 빨아주던
착한 손들이 여기저기 애기똥풀처럼 피어나
이 깊은 산간마을에다 사람의 등불을 밝혀놓았다는 것을
어둠이 깊을수록 불빛이 더 멀리 가듯이
검은 밥숟가락으로 퍼 올린 사랑이
더 큰 희망의 모닥불로 타오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