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철이 없어지는 꽃 할머니
날이 갈수록 과거는 가까워지고 현재는 멀어진다
속으로 난 자식도 어려워한다
요양병원 면회 온 첫 사위는 엿판 둘러메고 마을에 찾아온
떠돌이 엿장수쯤으로 생각되나 보다
칼칼한 가위소리 맛 좀 들려달라더니
석장승처럼 심각한 자기 딸 보고 대뜸
방죽 옆 미나리꽝 집에 사는 새댁이 아니냐고
반갑게 정색하고 지나간 시간을 싹둑 잘라다가 끼워 맞춘다
시간의 누더기로 온몸을 기운 몸뚱이
그 모양을 바라보는 햇살이 눈을 뜨지 못한다
말하는 품새가 계절도 모르고 피어난
철없는 꽃을 닮았다
문밖이 불 지핀 온돌방처럼 따뜻하니까
봄인 줄 알고 꽃 대가리 내밀고 나온
철쭉의 무안한 행색이다
그런데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본 딸의 눈에는
철없는 꽃도 아주 밉상이 아닌 모양이다
철없어도 꽃은 꽃값 한단다
계절도 모르고 얼굴 내밀은 꽃도
방긋 웃고 있으면 세상 예쁘단다
저리 천진난만한 꽃이 어디 있느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