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철없는 꽃

by 박재옥 시인


점점 철이 없어지는 꽃 할머니

날이 갈수록 과거는 가까워지고 현재는 멀어진다


속으로 난 자식도 어려워한다

요양병원 면회 온 첫 사위는 엿판 둘러메고 마을에 찾아온

떠돌이 엿장수쯤으로 생각되나 보다


칼칼한 가위소리 맛 좀 들려달라더니


석장승처럼 심각한 자기 딸 보고 대뜸

방죽 옆 미나리꽝 집에 사는 새댁이 아니냐고

반갑게 정색하고 지나간 시간을 싹둑 잘라다가 끼워 맞춘다


시간의 누더기로 온몸을 기운 몸뚱이

그 모양을 바라보는 햇살이 눈을 뜨지 못한다


말하는 품새가 계절도 모르고 피어난

철없는 꽃을 닮았다

문밖이 불 지핀 온돌방처럼 따뜻하니까

봄인 줄 알고 꽃 대가리 내밀고 나온

철쭉의 무안한 행색이다


그런데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본 딸의 눈에는

철없는 꽃도 아주 밉상이 아닌 모양이다

철없어도 꽃은 꽃값 한단다

계절도 모르고 얼굴 내밀은 꽃도

방긋 웃고 있으면 세상 예쁘단다


저리 천진난만한 꽃이 어디 있느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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