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씨의 행방

by 박재옥 시인


봄날, 열린 차창으로 꽃씨가 날아들어 왔다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인사하는 소리


귀를 의심하는 사이

텅 빈 허공을 의심하는 사이


희고 여리고 투명한 것이 바람의 급류를 타고

차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았지만, 어디에 안착했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미궁


그 후로 기이한 꿈에 시달렸다

무작위로 넘어가는 책갈피처럼

차 안에서 두서없이 피어나는 꽃들!


운전석 시트 밑에서 노란 민들레꽃 피고

송풍구 옆에서 애기똥풀꽃 무리 지어 피더니

뒤쪽 트렁크에서 줄기가 뻗어 나와 분홍 나팔 부는 나팔꽃


꿈에서 깬 아침 발걸음은 어찌 이리 가벼운가

희고 여리고 투명한 신발을 신은 것처럼


차 문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무작위로 반갑게 인사하는 버릇이 생겼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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