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옹기 항아리에서 개봉한 동치미 맛은
누군가 몰래 다녀간 맛이다
발칙한 혀의 반란 같은
모난 마음의 모서리를 예쁘게 깎아내는
망치와 정이라도 들고 와서
누군가 항아리 안에서 오래 머물다 갔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시원하게 깊은 맛을
깔끔하게 우려낼 수 있나?
간사한 혀는 시간이 몰래 숨겨둔 맛을 잊지 않고 있다
저물어가던 늦가을 무의 간간한 고민과
젊음의 생살처럼 짙푸르던 쪽파의 매콤한 시름을
거침없이 씹어 먹다 보면
환멸은 없다
세파에 절여지고 발효되어 온 우리 속살 같은
맛의 지옥과 천국 사이를 오가며
교통체증처럼 막혔던 속이 뚫린다
그간 세상에 시달려 온 기억은 적멸처럼 잊히고
그래 사는 게 뭐 있는데?
득도 아니면 죽음?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겨울
생살을 버무려 동치미 한 그릇 먹을 수만 있다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
옹기 항아리 안에 귀신이 다녀갔건 말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