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을 엿보다

by 박재옥 시인


아스타 국화를 아파트 베란다에다 들여놓고 가을을 엿본다

말없이 지나가 버린 사랑의 공터를 엿보듯이


안방 창문 열고 고개 내밀면 소국은

보라색 꽃 대가리 숙인 채 수줍게 인사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모른다는 듯이

아름다움은 가진 자의 것이 아니라 보는 자의 것이라는 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보랏빛 마주 보고 웃어주는 일

가까이 와 있는 가을을 방치하는 일

피면 피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남모르게 내 안의 뜨락을 넓혀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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