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발밑

by 박재옥 시인


직립보행의 길 위에서 느닷없이 찾아온 통증


양은 대야 뜨거운 물에 아픈 발바닥 담그고

들여다보니, 가엾어라

낡은 집의 서리 낀 창틀 같다


헐벗은 고행의 최전선

한 번도 발밑을 자세히 알려고 한 적 없었는데

그곳은 까맣게 잊힌 변방이었구나!


그곳이 없었다면 무난한 삶도 무난한 평지도 없었다는 것을

상처의 흔적을 보고서야 안다


숙명의 종지기처럼 열심히 쫓아다녔던 발걸음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 가쁜 애증이

숨겨져 있었다는 걸


까맣게 몰랐다


발밑에서 일생일대를 기단처럼 떠받치고 있는지도

발밑은 끊임없이 수액을 공급하며

나라는 줄기와 가지와 무성해지는 잎사귀들을

지탱하고 있는 깊은 뿌리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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