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텃밭에 안 가보면 서운하다
상추, 고 귀여운 것들이 어떤 자태를 뽐내고 있는지
어떤 새로운 이야기 카드를 던져놓을지
날마다 미묘한 반전의 연속이니까
이른 아침 상추밭에 가보면
동네 놀이터처럼 누군가 놀다 간 흔적이 역력하다
어디서 내려온 향내의 목걸이인지
어디서 맺힌 이슬의 반지들인지
하룻밤 지났을 뿐인데
키 자란 정도나 이슬 맺힌 자리가 다르고
겅중겅중 허공을 밟고 다닌 발자국 향내가
기습처럼 훅하고, 끼쳐온다
물증보다 가볍게 번뜩이는 심증
밤의 요정과 신나게 놀고서도 시침 떼고 돌아앉은
상추들의 앙증맞은 표정은 또 어떻고
설명되지 않는 저 이면裏面
비밀의 꼬리는 살짝 드러날 때가 더 아름다운 법이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향기로운 여운이 안개의 끈처럼 길다
규정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인 듯
바라만 보아도 절로 미소 지어지는 상큼한 생이 여기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