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슬픔의 허방에 빠져서 울고 있을 때
하늘 동아줄 되어 내려온 플루트
심호흡하고 관 속에 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한 후로
얼굴에 감도는 산들바람 같은 생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숙명의 빈자리
빈방처럼 다시 채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슬픈 음계는 새처럼 가슴을 치고 나가 허공을 맴돌다가
하늘 계단을 오른다
바람의 길 위에서 지는 꽃잎처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그래도 살아지는구나
오늘의 턱을 밟고 올라 내일이 걸어지는구나
살다 보면 비 오고 흐린 날만 있겠는가
밝은 날도 있는 것처럼
서로 다른 감정의 결들이 만나 빚은 다 같은 하루일 뿐
캄캄한 밤을 지우자 눈부신 아침이 눈 뜬다
아무것도 아닌 생은 없다
미지의 관 속에 깃털 같은 온기를 불어넣으면서
뜨거움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상
평범함이 위로가 되는 시간의 마디에서 꽃이 핀다
제법 종아리 힘이 들어간 걸음걸이로
허방에서 걸어 나오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