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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묘

by 박재옥

산정 무연고 묘에 밀물처럼 만발한 제비꽃


이 무슨 풍경의 횡재인가


마음마저 함부로 버려지지는 않았는지

어디선가 향기로운 제비들이 많이도 모여들었다


이 외롭고 적막에 몸져누운 공간에다

꽃을 옮겨 심은 비와 바람의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길을 오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봄날의 저, 향기로운 반전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축제의 장 같다


눈 호강하는 보랏빛 꽃 물결 바라보는 객의 마음도

청동 종소리 긴 울림처럼 흐뭇해지는 걸 보면


지하에 누워 계신 이도

두 다리 쭉 뻗고 잠이 솔솔 잘 오시겠다

갇힌 어둠의 방을 초승달 미소로 밝히겠다


높은 산중에다 방치하고 떠난 미안한 마음은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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