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 무연고 묘에 밀물처럼 만발한 제비꽃
이 무슨 풍경의 횡재인가
마음마저 함부로 버려지지는 않았는지
어디선가 향기로운 제비들이 많이도 모여들었다
이 외롭고 적막에 몸져누운 공간에다
꽃을 옮겨 심은 비와 바람의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길을 오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봄날의 저, 향기로운 반전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축제의 장 같다
눈 호강하는 보랏빛 꽃 물결 바라보는 객의 마음도
청동 종소리 긴 울림처럼 흐뭇해지는 걸 보면
지하에 누워 계신 이도
두 다리 쭉 뻗고 잠이 솔솔 잘 오시겠다
갇힌 어둠의 방을 초승달 미소로 밝히겠다
높은 산중에다 방치하고 떠난 미안한 마음은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