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청량산에 갔더니
청량사, 그 큰 절을
채송화 밭이 밑에서 떠받치고 있었다
작고 연약한 채송화의 반석 위에서
방주처럼 떠있는 절
작고 연약한 줄만 알았던 꽃의 기단이
아름답게 헤살거리는 단단한 기반이었다
빗속의 그 큰 절은 채송화에 얹혀서
그렇게 방주처럼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깎아지른 산 중턱에다
차곡차곡 쌓아온 청량사의 오래된 시간이
무겁지만 평화로워 보였다
크고 무거워만 보이는
나의 무량한 세월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사실은 채송화처럼 작고 연약한 것은 아닐까
거대한 것만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청량산 중턱의 채송화 밭
검은 채송화 씨앗이 퍼트리는
작고 단단한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