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촉

by 박재옥

봄이 되자 언 땅이 몸을 풀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화분에서

산반무늬 은방울 싹이 올라왔다

여린 팔뚝을 거수하며 만년필 촉심을 세우듯

살아서 이렇게 돌아왔노라고 함성을 울리듯 보란 듯이

나의 방심한 배후를 때리는 생명의 부활이 놀랍다


수술한 부위가 가려워서 긁어대곤 했는데

세월이 흐르자 그곳에서 피부가 연한 새 살이 올라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배후에서 호시탐탐 부활을 노리고 있는 새 생명들

지상이 전혀 눈치 못 채는 사이, 생명의 질긴 줄들은

여린 숨의 불씨를 품은 채 지하에서 게눈 뜨고 있었던 게다

그러다가 찬바람 부는 눈과 얼음의 시간이 지나고

지하는 움켜쥐고 있던 생명 불꽃을 지상으로 확 터트렸던 게다


온몸에 촉을 틔우고 푸른 고슴도치처럼 일어나 앉은 봄산이 개운하다

마취가 풀리고 수술이 잘 돼 숙면하고 일어난 어느 아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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