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억할만한 뒷모습

by 박재옥


청남대 들어가는 길

황금빛 손 흔드는 은행나무 가로수

환영에 익숙한 손들처럼

햇빛 반사된 잎사귀가 황홀하다

가로수 길 감탄하며 들어갈 때만 해도

앞모습에 가려진 뒷모습 보지 못한다


무르익은 가을과 통신하고 돌아나오는 길

햇빛 이슥하게 기울자 잎사귀들은

정적 감도는 전방의 참호처럼 그늘져 있다

들어올 때와는 사뭇 다른 포즈다

저 혼자 떠내려가고 있는 나룻배의 후방처럼

쓸쓸하면서도 애틋한 그늘

달아날수록 뒷모습이 눈에 달라붙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은

은행나무 뒷모습 쪽으로 가고 있다

몸의 뒤켠에서 발육하는 그늘

혼자 놀다 두고온 서늘한 공터처럼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으로 더 선명해지는

은행나무의 뒷모습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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