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기 저수지 물속에서
죽은 나무
평생을 걸어오다 여기서
걸음 멈춘 순례의 길
나도 맷돌처럼 무거운
산 육신 붙잡고 먼 길 걸어오다
그를 만나다
나무 가죽은 벗겨져 나가고,
말라비틀어진 고통이 가지에
달라붙은 채 멎은 지 오래다
수몰되고
서서히 숨이 젖어오면서도
그는 물속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순례를 계속하려 했을까
뒤틀린 사지四肢가 바람을 연주한다
죽어서도 정신은
새 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번에 '마음보다 먼저 핀 꽃' 제3 시집을 시산맥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시 52편과 에세이 '80년대에서 온 편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