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장水葬

by 박재옥


삼기 저수지 물속에서

죽은 나무


평생을 걸어오다 여기서

걸음 멈춘 순례의 길


나도 맷돌처럼 무거운

산 육신 붙잡고 먼 길 걸어오다

그를 만나다


나무 가죽은 벗겨져 나가고,

말라비틀어진 고통이 가지에

달라붙은 채 멎은 지 오래다


수몰되고

서서히 숨이 젖어오면서도

그는 물속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순례를 계속하려 했을까


뒤틀린 사지四肢가 바람을 연주한다

죽어서도 정신은

새 길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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