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시험 치루고 온 딸아이가
등 벽을 쌓고서 시금치국을 퍼먹고 있다
가려진 눈가에는 소금기둥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을 것이다
말이 있어도 차마 뱉어내기 어려운 묵언의 저녁,
주방은 멸치 다시마 육수에다 된장 풀어
파 마늘 넣고 끓인 달큰한 냄새의 진창
눈물의 시금치국을 퍼먹으며 딸아이는
한층 성숙해진 날개를 갖게 될 것이다
딸아이의 좁고 가파른 등판에서
겨울 해풍 맞으며 푸른 알통이 여물어가는
바닷가 언덕 시금치 밭이 보인다
눈비와 바람의 채찍질에 단련하며
단내 나는 이슬의 생존을 터득해왔을 시금치들
어려서부터 푸른 치마 입은 시금치를
유난히 좋아했던 딸아이도
바닷가 시금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무침으로 김밥 재료로 된장국으로
거듭 변신하는 푸른 깃발의 응원 받으며
애야, 아빠는 항상 너의 뒤편 바다란다
아픔조차 없는 네 나이가 더 이상한 거지
뜨끈한 시금치국에다 훌훌 밥 말아 먹고
검은 아픔의 먼지쯤이야 툭툭 털고 일어나서
한 고비의 맺힌 어혈을 풀어보렴
성장의 줄기가 굵어가는 동안,
어딘가에는 통증의 마디가 자라게 마련인 법
마디가 너의 한 뼘을 키워줄 거란다
그게 성장의 정석이란다
파도치는 생애의 굴곡으로 물꼬 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