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흔들리다

by 박재옥


경계 근무를 자주 나갔던

중부전선 대성산 정상 부근

하늘이 흐려져 비바람 몰아오면

온 산의 초목들이 해일을 만난 듯 흔들렸다

천지 구분이 사라진 그곳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생존의 바다에서

뿌리박은 채 온몸으로 흔들리는

초목들의 눈물겨운 몸부림뿐이었다


군 제대하고 산 아래 내려와 보니

흔들리며 사는 것이 초목만이 아니었다

찬거리 사러간 육거리 시장에도

좌판 벌인 어머니들이

운주사 깨진 불상처럼 바닥에 주저앉아서

비바람을 껴안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연약한 몸으로 견디면서

초목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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