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관 체험

by 박재옥


똑똑, 노크 없는 집에 대해서 알아?

살아서 가는 집 말고 죽어서 가는 집 말야

그 집에 들어가서 시체처럼 누워 본적이 있지

어둠보다 깊은 수의를 걸쳐 입고서

경직된 리듬에 맞춰 지나간 생(生)을 반추한 적이

어렸을 적 짝꿍이 슬쩍해간 실망의 연필깎이는

왜 나이가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지 몰라

질투심으로 같은 반 여자아이를 울려 보낸 일이라든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줄도 모르고

공허한 대화만 나누다가 돌아왔던 일

죽음이란 참담한 고해성사인가 봐

잿빛 구름에 가려진 해가 지고 있었어

저승 근처에다 누가 축음기를 틀어놓았는지

후생의 노랫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오더군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이가 부르는 곡조가

너무 선명해서 잠시 헷갈렸다니까

모든 경계는 무의미하지

현재가 영원처럼 무표정하게 날 쳐다보고 있었어

지나온 과거는 남의 얼굴처럼 너무 생소하고

생전의 스토리가 고작 필름 한 줄에 불과하다니

의식만 살짝 지워도 백지가 되고 마는데

신념이라고 믿고 살아온 날들이 너무 허무하더군

어둠의 뚜껑을 열고 나가서

이승의 새소릴 들을 자신이 없었어

그냥 이대로 부패해가는 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당신의 무덤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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