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짝을 잃다

by 박재옥

정답던 새장 안의 잉꼬부부

말 많던 수컷이 먼저 떠나자

조용하던 암컷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


허구한 날 지저귄다

사라진 빈자리를 부른다


짝을 잃는다는 것은

내 말을 대신 해줄 곁을 잃는 것이다


구토처럼 치밀어오르는 말을 토해보지만

순식간에 허공 틈새로 사라져 버리고,

폭식증 같은 허기


잃어버린 말들은 어디가서 찾아야 하나

이제 내 몸은 내 몸이 아닌 것을

사랑은 잃은 후에야 찾게 되는 비문祕文이다


짝을 잃고 껍질만 남은 몸뚱이가

기억을 반죽하듯 두리번거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주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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