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느 낡고 오래된 식당의 유언

by 박재옥


경주 교동마을 부근 재개발지구에는

낡고 오래된 식당 한 채가 몸져 누워있다

산소 호흡기에 명줄을 유지하면서도

철거되기 전에 보고 싶은 사람들 불러

한 그릇씩 퍼주고 있다

이 늙은 할미의 손맛을 잊지 못해

각지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잔치국수 회국수 회밥 부추전 돔배기

마지막 밥상을 차려 주고 있다

곧 숨이 끊어질지언정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

사라진다는 것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사람의 뱃속이든 아니든

잊지 못할 한 끼를 내어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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