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 반야사(般若寺) 문수전에 올라서 듣는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조선 호랑이가
무의식 깊은 곳에서 홀연히 깨어 일어나서
산과 산을 건너뛰고,
수량 많은 계곡을 가로지르며
내지르는 연둣빛 생명의 포효를
이 터가 좁다는 듯이
연둣빛 함성으로 터져나가는 산천
침침하던 눈이 환해져온다
각자는 한 그루 나무에 불과한 함성의 주인들
자작나무 생강나무 굴참나무 고로쇠나무……
야들야들하게 돋아나는 새봄의 잎사귀
나무는 겨우내 참았던 잎사귀를 피워내며
생명을 외친다
나무가 모여서 숲을 이루고
함성으로 터져 나온다는 거
계곡 쪽으로 흘러내린 산이 들썩거리자
간만에 미세먼지 걷힌 하늘의 안경도 파랗고,
바람의 의복도 가볍다
숨 헐떡거리고 높은 데 올라와서
땀 식히는 나의 붉은 귀도 푸르다
죽은 것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이 빛나는 소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