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연둣빛 함성

by 박재옥


황간 반야사(般若寺) 문수전에 올라서 듣는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조선 호랑이가

무의식 깊은 곳에서 홀연히 깨어 일어나서

산과 산을 건너뛰고,

수량 많은 계곡을 가로지르며

내지르는 연둣빛 생명의 포효를

이 터가 좁다는 듯이

연둣빛 함성으로 터져나가는 산천

침침하던 눈이 환해져온다

각자는 한 그루 나무에 불과한 함성의 주인들

자작나무 생강나무 굴참나무 고로쇠나무……

야들야들하게 돋아나는 새봄의 잎사귀

나무는 겨우내 참았던 잎사귀를 피워내며

생명을 외친다

나무가 모여서 숲을 이루고

함성으로 터져 나온다는 거

계곡 쪽으로 흘러내린 산이 들썩거리자

간만에 미세먼지 걷힌 하늘의 안경도 파랗고,

바람의 의복도 가볍다

숨 헐떡거리고 높은 데 올라와서

땀 식히는 나의 붉은 귀도 푸르다

죽은 것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이 빛나는 소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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