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늙은 벛나무는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다
붉고 싱그러운 꽃망울 머금은 선연한 삶의 가지와
물기조차 검게 말라버린 피폐한 죽음의 가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생존이라니?
어느 날, 풍 맞으시고 마비된 한쪽 팔 부여잡고
다니시는 친구 아버지를 대면하는 것 같다
나는 모르지만 나무만이 짊어져야 했던
무서웠던 시간들은 없었을까
죽음을 배경으로 떠오른 파릇파릇한 꽃망울이
너무 눈부셔 혼자서 깊이 울던 밤은?
아슬아슬한 생의 줄타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