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맞은 아파트 베란다가 수군거린다
잡초의 안개 자욱한데
방치된 화분 틈에서 물봉선이 꽃 몸살을 앓는 중이다
우후죽순으로 터지는 자줏빛 꽃망울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의 합격소식처럼 감개무량하다
꽃 사이사이 터 잡은 잡초를 솎아내다가 그만 손이 멈춘다
평소 분필 잡던 손길이 거기 가 닿는 사이,
햇살의 가르침대가 손등을 탁탁 치고 가는 사이,
무단결석 중인 정국이 생각이 탁 치고 지나간다
학적계 선생님이 더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묻기에
정국이 어머니 만나러 가 보았지만
들고 갔던 서류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선생님, 그 애는 피가 아닙니다
정국이 어머니 말씀을 듣는 순간,
죽비가 튀어나와 내 등짝을 후려치고 갔다
어린 숨을 거두려던 손길이 바르르 떤다
저마다 그늘 지니고 사는 우리도 한때는 저 피였던 것을
뿌리 뽑혀나가지 않았던 행운이 있었을 뿐
숨 한번 참으면 한 목숨도 건질 수 있는 찰라인데,
불편하다고 흔적을 지우려 하는가
새들에게는 밥이 되는 것들
하늘을 나는 날개를 살찌우기도 하는 것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