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대청마루

by 박재옥


대청마루에는 혈연 같은 바람이 살고 있지


그곳에 가면 오래된 버릇인 듯

등 대고 서늘하게 드러눕고 싶어지지

꼽추보다 낮지만 천국보다 익숙한 자리

기억의 묵은 관절 만지고 지나는 바람의 손길을

개울물처럼 차가워진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하지


옆구리에 숨겨진 마음은 기억하지

가마솥에서 삶은 고구마 머리맡에 베고

찬장 속 사기그릇처럼 빈둥빈둥 누워 지내던 일

마마도 얼씬 못하는 해 바른 자리 차지하고서

잡념 떨구 듯 손톱 발톱 깎던 일


대청마루에 누웠다가 귀신도 모르는 사이

깜박 잠 들어본 사람은 알지


바람의 문갑을 열어보면

어제가 오늘보다 더 선명하다는 것을

사무친 것은 추억만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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