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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침묵의 집

by 박재옥


내수에 있는 운보雲甫의 집


침묵 속에 평생 집채만 하게 들어앉아

화업을 완성한 어른은 죽어서도 칩거 중이다


백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구의 모과나무가

툭툭 농익은 열매 떨구어 균열을 일으키는 이곳에서

침묵보다 위대한 절규는 없어 보인다


항시 아가리 벌리고 있는 우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침묵의 메아리가 저 멀리 깊다

못 이룬 꿈들이 벽을 타고 시간의 푸른 이끼로

덕지덕지 달라붙어 더 크게 외칠 준비를 한다


어른이 붓질한 일만 점의 그림처럼

종종 침묵의 뜨락에서 회오리치는

생명의 아우라


쟁쟁쟁쟁쟁-----


열린 귀로는 들을 수 없고

틀어막은 귀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


입구는 있어도 출구가 없는 침묵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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