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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발

by 박재옥


지난 겨울 다녀온 서해 보령 갯벌에

여름에 다시 찾아가보니 개조개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 많던 개조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촌 할매에게 물어보았더니

개조개 식구들 깊은 바닷물 속으로 이사갔다한다

추운 겨울이 올 때까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한다

개조개도 발이 있냐고 했더니

삿갓 같은 껍데기 밖으로 내딛는 한 발이

장화처럼 길쭉한 한 발이 있다고

하신다


캄캄한 갯벌 속에도 그런 길이 있었구나

어두운 펄 속을 장님처럼 서로 더듬으며 갔을

조개들의 남부여대(男負女戴)

멀쩡한 두 발로도 살기 힘든 세상을

한 발이라니

툭하면 어렵다고 투정이나 부리던 나를

순간 무안하게 만드는 한 발

많은 발보다도 대견해 보이는 한 발

깊은 바다로 죽 이어져 있을

머나먼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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