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다녀온 서해 보령 갯벌에
여름에 다시 찾아가보니 개조개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 많던 개조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촌 할매에게 물어보았더니
개조개 식구들 깊은 바닷물 속으로 이사갔다한다
추운 겨울이 올 때까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한다
개조개도 발이 있냐고 했더니
삿갓 같은 껍데기 밖으로 내딛는 한 발이
장화처럼 길쭉한 한 발이 있다고
하신다
캄캄한 갯벌 속에도 그런 길이 있었구나
어두운 펄 속을 장님처럼 서로 더듬으며 갔을
조개들의 남부여대(男負女戴)
멀쩡한 두 발로도 살기 힘든 세상을
한 발이라니
툭하면 어렵다고 투정이나 부리던 나를
순간 무안하게 만드는 한 발
많은 발보다도 대견해 보이는 한 발
깊은 바다로 죽 이어져 있을
머나먼 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