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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

by 박재옥

저수지 옆 습지 마을에 마실 가보니

사랑은 연두와 검정 사이에 있다


발랄한 생은 연두 잎새로 피어오르고

그 곁에서 가지 부러진 채 적막한 죽음으로

서 있는 검정 고목들

자라던 선이 정지한 나이테들


습지 마을에는 거부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이 어깨 부딪치며 살고 있다

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일 뿐


피어나는 연두가 희망의 보폭을 넓히며

힘차게 생의 폐달 밟는 동안

동력을 다한 검정은 그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 내어주고 있다


죽은 자들이 뿌리고 간 씨앗을 발아시켜

습지 마을이 잠에서 깨어나고

산 자들이 생동거리며 사랑을 산란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발랄한 감정 무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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