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아버지의 전화번호
떠나신 지 꽤 오래 되셨는데도
전화번호가 돛배처럼 떠있다
오래된 영상 필름이 재생하듯
아득하고 캄캄한 것이 눈앞을 지나간다
전화를 드려봐야 하나?
혹시 몰라서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라고
딱따구리처럼 안부 전해야 하나?
깊이 주무시다가 전화벨 소리에 놀라
단잠 깨시면 어쩌려고?
부재중입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밑바닥 음성 메시지가 역류해서
무고無故하던 둑이라도 툭 터지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