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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재중

by 박재옥


아직도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아버지의 전화번호

떠나신 지 꽤 오래 되셨는데도

전화번호가 돛배처럼 떠있다


오래된 영상 필름이 재생하듯

아득하고 캄캄한 것이 눈앞을 지나간다


전화를 드려봐야 하나?

혹시 몰라서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라고

딱따구리처럼 안부 전해야 하나?

깊이 주무시다가 전화벨 소리에 놀라

단잠 깨시면 어쩌려고?


부재중입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밑바닥 음성 메시지가 역류해서

무고無故하던 둑이라도 툭 터지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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